[SS] 마리아님은 웃지 않는다 - 01~03 [수정판]

사진은 짤방.



일단은 마리미테의 팬픽입니다.

제목에서 말씀드리듯이 부기팝하고 MIX 라는 느낌일 것도 같은데

사실은 오리지날적인 요소가 훨씬 강하다는 이상한 작품이지요 -_;;

그러니까 부기팝을 모른다거나 눈곱만치도 관심이 없다고 해도 절대 무난합니다 [..]

P.S. 수정.. 이라고 해봤자 별 거 없지만, 쓸데없는 판타지적 요소를 배제했습니다.
스스로도 다시 읽어보니 너무 한심하다고 생각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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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재회(再回 - The ghost cut down the rose)


툭,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나는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고…생각하고 있었는데.

“언니……”

비스듬히 내려오는 붉은 햇빛에 둘러싸인 채, 그녀는 내게 미소 지었다.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했던 언니가, 내 앞에 있었다.

“정말, 정말 언니인거죠……?”

언니는 내게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것만으로, 내 안의 무언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지금까지 억지로 잡아끌고 있던 무언가가 해방되는…소리가.

“언니……!! 보고 싶었어요…… 정말, 외로웠으니까……!!”

그날 저녁, 나는 언니의 품에 안겨 하염없이 울었다.
지난 1년간의 외로움을 보상받으려는 듯이.






“잠깐 기다려, 레이카양.”

방과 후.
특별한 부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교실에 멍하니 남아 있다가, 가방을 챙겨 하교하려고 신발장에서 신발을 갈아 신을 때에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시간은 이미 6시 정각.
저물어가는 햇빛이 비치는 교정에는 나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니, 지금 내게 말을 걸어온 홍장미, 통칭 로사 키넨시스이자 같은 반인 오가사와라 사치코를 제외하고는.

“무슨 일이죠? 사치코양.”

나는 무감정한 눈으로 그녀를 돌아보며 대답했다.
리리안 여학원의 학생회인 산백합회 간부이기도 한 그녀는 전교생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었기에, 그녀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지도 않을뿐더러, 그 잘난척하는 태도는 평소부터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잠시 할 얘기가 있어. 와주지 않겠어?”

그러나 오늘의 그녀는 무언가 조금 달랐다.
평소의 그 잘난 듯한 태도도 거슬리지만, 지금의 그녀는 마치 범인을 추궁하는 형사와 같은 눈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평소에는 누구에게나 존댓말을 쓰는 그녀가 어째서인지 말을 놓고 있었다.
나는 그게 어딘지 굉장히 마음에 걸려서, 이 자리를 피하기로 마음먹었다.

“미안. 나, 할 일이 있어서.”

실내화를 신발장에 집어넣고 탕, 소리가 나게 닫은 후 신발을 신은 채 달렸다.
등 뒤에서 사치코의 외침이 들려온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그녀를 뒤로하고, 나는 교정 밖으로 나갔다.

“하아…하아…”

학교 건물부터 마리아상, 그리고 교문으로 이어지는 길을 쉬지 않고 달렸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뛰기가 괴로웠지만 지금은 도망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리아상 앞에서는 언제나 하는 기도도 생략하고 곧바로 교문을 향했다.
뒤를 돌아보니 사치코가 쫓아오는 기색은 없었다. 안심하고 다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충격이 전신을 덮쳤고, 나는 그대로 뒤로 밀려나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야……”

머리를 부딪친 모양인지 머리가 굉장히 아팠다.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있으니 나와 부딪힌 여자아이가 황급히 일어나면서 사과했다.

“아, 저! 죄송합니다! 다친 데는 없으신가요?”

여자아이는 허둥대면서 내게 손을 뻗어왔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질끈 감고 있던 눈을 살짝 뜨고는 말했다.

“응…괜찮아. 앞을 제대로 보지 않은 내가 잘못한 거니까.”

그렇게 말을 했지만 여자아이는 아직도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아파보였나…….
가만히 놔두면 눈물까지 글썽일 것 같았기에, 나는 일어나서 옷을 툭툭 털고는 나보다 약간 키가 작은 하급생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신경 쓰지마. 별로 크게 다친 것도 아니니까.“

“에, 하지만……”

“그럼. 안녕히(ごきげんよう)”

머리에 얹은 손을 부드럽게 떼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사치코가 쫓아오는 기색은 보이지 않으니 이제 뛰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것보다 방금 그 여자아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얼굴이었다.
분명, 후쿠자와 유미… 라고 했던가. 사치코의 동생인.
오늘은 이상하게 홍장미들과 많이 엮인다고 생각하는 순간,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발걸음이 뚝 멈췄다.

“스즈노 레이카(鈴野 霊香).”

“……!!”

어떻게, 내 이름을…?
그런 생각을 하며 여학생, 후쿠자와 유미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방금 전의 그 얼빠진 듯한 하급생은 없었다.
한쪽은 무표정, 나머지 한 쪽은 웃고 있는 듯한. 비대칭의 얼굴.

“그만 두는 게 좋아. 그녀와 계속 만나는 건.”

“에……? 아, 잠깐……”

어딘지 모르게 한기가 느껴지는 싸늘한 표정을 한 채, 그녀는 그대로 몸을 돌려 마리아상 쪽으로 걸어갔다.

“대체 뭐야……”

학교 쪽으로 사라져가는 후쿠자와 유미의 뒷모습을 보면서 멍하니 중얼거렸다.







리리안 여학원에는 쇠르 라고 하는, 선배와 후배가 서로를 자매의 연으로 엮어 이끌어 간다는 제도가 있다.
물론, 3학년이 되도록 동생을 만들지 않았던 나에게도 언니는 있었다.
니시야마 키리코(西山 切子). 나보다 한 학년 위의 선배로, 볼링부의 에이스이기도 했으며 장차 유망한 선수로 촉망받던 언니는 1년 전의 불행한 사고로 인해 볼링은 물론 학교마저도 그만두게 되었다.
연쇄 살인극의 피날레, 라는 명목이었다.
언니는 연쇄 살인범의 표적이 되어 내 눈 앞에서 무참히 범해진 채 살해당하려는 순간, 들이닥친 경찰에 의해 구조되었다.
언니도 나도, 서로가 받은 충격은 컸고, 그 때문에 언니는 다음 날 그대로 행방을 감추었다.
어딘가에서 죽었다는 소문도 들려왔지만, 진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후로 나는 극심한 인간불신증에 시달렸고, 게다가 동생을 만든다는 일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충격은 많이 가셨지만 그 일은 언제나 내 가슴 속에 남아 다른 사람과 사귀는 일 자체에 거부감을 느꼈다.
그리고 언니를 따라 하던 부활동도 그만두고 학교가 끝나면 항상 혼자 집에 돌아오게 되었다.

“레이카.”

“언니!”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언니는 어제처럼 집 앞의 공원에서 나를 기다려 주고 있었다.
내가 반가운 듯 손을 흔들자, 언니도 웃으면서 날 맞이해 주었다.
나는 잽싸게 달려가 언니가 앉아 있는 그네의 옆 그네에 걸터앉았다.

“오늘은 좀 늦었구나.”

“에에… 여러 가지로 조금 일이 있어서…”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언니를 올려다보았다.
내 시선을 느낀 언니는 다시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 그러니?”

“저어… 언니.”

“응?”

“요즘은, 뭘 하고 계시나요?”

내 물음에 언니는 글쎄, 하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내려 나를 내려다보더니 싱긋 웃으며 말했다.

“지금은 그런 건 생각하지 않기로 하자.”

“아, 네!”

언니는 언제나 밝고 상냥하고, 유머감각도 있어 함께 있으면 늘 즐거웠다.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 언니와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행복하게 보였다.
행방불명이 되었던 언니가 내 앞에 돌아온 건 3일 전.
옛날과 하나도 변하지 않은 모습의 언니는, 나를 만나기 위해 돌아왔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그 사실이 너무나 기뻤다. 그러니까 이제 두 번 다시 헤어지지 않으리라고, 그렇게 속으로 다짐했다.
하지만, 언니와 얘기를 하며 보내는 시간은 정말 즐거웠지만 언제까지나 공원에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일시적이지만 언니와 작별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슬슬 들어가야지.”

“……”

“그런 얼굴 하지마. 다시 만날 수 없는 것도 아닌데 뭐.”

“…네. 그럼 언니도 안녕히 가세요.”

“그래. 잘가.”

그렇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순간, 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이카, 저기…”

“네?”

내가 돌아보자 언니는 뭔가 말을 하려는 듯한 몸짓을 하다가 당황하며 고개를 저었다.

“으으응, 아무것도 아냐. 신경쓰지마. 그럼……”

“하아……”

나는 언니의 뒷모습을 한참동안이나 지켜보다가 언니가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고서야 발을 돌려 공원을 나섰다.
다시 돌아온 언니는 옛날 그대로였지만, 왠지 모르게 멍한 표정을 하는 일이 잦았다.
그것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사람이란 건 변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거니까.






“사치코양은 오늘도 결석인가……”

점심시간. 나는 조그마한 사건을 계기로 학교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는 학생인 우자와 미후유와 함께 옥상에 올라와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입에 물며 중얼거렸다.

“응. 최근 결석이 잦네, 사치코양.”

미후유는 정말로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다.
반 친구인 미후유는 남몰래 사치코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건 유치원때부터 시작된 것이라던가.
하지만 같은 학년이기 때문에 자매가 될 수도 없고, 미후유 본인도 겁쟁이니까 반 친구로서 친해지는 것도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게다가 요 몇 개월간은 후쿠자와 유미라는 동생이 생겼기 때문에 사치코와의 거리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후유는 늘 사치코를 걱정하고, 음으로 양으로 그녀를 돕는다.
나는 그 사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의 마음을 전할 수 없는 사람에게,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까지 좌절당해 가면서도 그녀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하는 미후유가.

“미후유는 말야……”

“응?”

“어째서 그렇게 즐겁게 있을 수 있는 거야? 마음을 전할 수 없다는 거, 정말로 괴로운데도.”

미후유는 내 말에 쿡쿡 웃으며 대답했다.

“처음엔, 그랬어. 그치만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를 가둬버리고 있어선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설령 상처 입더라도, 자신의 기분에 솔직해 질 수 있다면. 또 다시 망설이는 때가 올지도 모르지만, 그것만으로 나 자신이 앞으로 나아간 듯한 기분이 들어. 그러니까 이렇게 있을 수 있는 거겠지, 분명.”

“뭐야 그건.”

“레이카도 언젠간 알게 될 거야. 상처 입는 게 두려워서 자신을 몰아세우는 건, 결국은 스스로를 상처 입히는 일일 뿐이라는 거.”

“그런 걸까……”

미후유는 고개를 갸웃하는 나를 돌아보며 미소 지었다.

“응. 반드시.”



-막간(幕間)-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공원 구석에 있는 놀이터에서 그네소리가 울려 퍼진다.
끼익끼익, 끼익, 끼익끼익 끼익.
그러나 불규칙하게 반복되던 그네소리는, 어느 순간 뚝 멈추었다.
그리고 그 정적을 깨고, 누군가가 [그것]만의 공간에 침입해 들어왔다.

“이런 곳에 있었군요. 키리코님. 아니, 이젠 이미 니시야마 키리코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아니겠지만.”

“……넌…!!”

[그것]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그네로부터 뛰어 내려 상대와의 거리를 벌렸다.

“길게는 말하지 않겠어. 당장 그녀의 주위에서 사라져.”

로사 키넨시스 오가사와라 사치코.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것]은 으르릉 거리며 그녀에 대한 적의를 드러냈다.

“어째서…!! 난 단지 그 애와 함께 있고 싶을 뿐이야. 그것뿐인데…… 그런데 왜 방해하는 거야?!”

사치코는 경멸에 찬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손으로 은빛의 미끄럼틀을 가리켰다.

“당신, 그런 몸으로 일반인과 깊게 관여하려는 셈? 이쪽으로서도 그건 민폐야. 자제를 잃어버린 자신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똑똑히 봐 둬.”

[그것]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미끄럼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가 있었다.

“그럴 수가…… 이건, 이건……”

이건, 내가, 아냐.

“아, 아아…… 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아악!!!”





폭주해버린 [그것]의 기습을 받아 찢어진 오른팔을 감싸며 사치코는 혀를 찼다.

“한심하네……”

격전의 흔적을 보여주듯, 놀이터는 엉망진창으로 망가져 있었다.
줄이 끊어져 날아간 그네, 아예 직각으로 꺾여 버린 미끄럼틀.
사치코는 이곳저곳 파헤쳐진 모래사장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설마 그 정도로 폭주해버릴 줄은……”

아마 그것이 그녀의 ‘키워드’였으리라.
키리코-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의문이지만-는 순식간에 사치코와의 거리를 좁혀왔다.
사치코는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면서도 침착하게 몸을 던져 그녀의 돌진을 피하고, 놀이기구를 방패삼아 그 주위를 맴돌았다.
그녀가 압도적인 힘으로 놀이기구를 차례차례 부숴나가는 와중에, 사치코는 장갑에 든 인화물을 세팅하고, 마지막으로 미끄럼틀을 휘게 만든 충격이 지나감과 동시에 손에서 벗어 마찰시킨 후 그녀의 얼굴에 던졌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인간이라면 중상을 면치 못했을 폭발이 일어났지만 키리코는 얼굴이 조금 그을린 정도의 상처밖에 받지 않았다.
그러나 불꽃이 눈에 명중하자, 키리코는 또 다시 비명을 지르며 쏜살같이 놀이터로부터 물러나, 골목길로 사라져갔다.

“그리고 또 하나의 단서는, [불꽃]….”

키리코가 사라진 뒤 사치코가 잠시 바닥에 주저앉아 쉬고 있자, 금세 주변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인적이 드문 곳이라도 이 정도의 소동이 일어났으니 눈치 채이지 않는 편이 더 이상할 지도 몰랐다.
사람들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 사치코는 피가 떨어지는 팔을 찢어낸 천으로 감아 응급처치를 하고 재빨리 어두운 골목으로 뛰어 들었다.
담벼락에 기대어 숨을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걸어가려는 사치코의 어깨에 누군가의 손이 얹어졌다.

“사치코, 잠깐.”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사치코는 흠칫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레이?!”

그곳에 서 있는 것은 로사 페티다, 하세쿠라 레이였다.
사치코는 놀라면서도 팔의 상처를 왼손으로 감추며 물었다.

“어째서 여기에……?”

레이는 사치코의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고, 약간 화난 표정으로 사치코의 오른팔을 잡아당겼다.

“숨겨도 소용없어. 이리 줘 봐.”

“……”

사치코의 팔을 살펴본 레이는 사치코를 흘깃 노려보며 질책했다.

“뭐야, 이 상처는?! 또 혼자서 무리 하긴……”

레이의 말에 사치코는 시선을 피하며 살짝 고개를 돌렸다.

“잠깐 방심한 것뿐이야.”

“가만 있어봐. 아무튼, 항상 그런 식으로 혼자 짊어지려고 한다니까… 우리들하고 의논 정도는 할 수 있잖아?”

“하지만 그 애를 또 이런 일에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아!”

사치코가 격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외치자, 레이는 한 손으로 사치코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홍장미의 격세 유전… 그건, 그래. 사치코 네 기분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렇더라도 나나 시마코라면 도움이 되어줄 수 있을지도 몰라. 자세한 얘기를 해주지 않겠어?”

그렇게 얘기하며, 레이는 품속에서 붕대를 꺼내 사치코의 팔을 단단히 고정시킨 후 휘감았다.

“큿……!!”

“조금 아프겠지만, 참아. 이 정도라도 해두지 않으면 상처가 덧날 테니까.”

레이가 사치코의 팔에 붕대를 감는 동안, 사치코는 레이에게 팔을 내민 상태로 눈을 감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알았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네 힘을 빌리도록 할게.”


-막간(幕間) 종료-





나는 방과 후에 딱히 할 일이 없기 때문에 언제나 반 아이들이 모두 떠난 빈 교실에서 멍하니 앉아 있곤 한다.
오늘도 수업이 끝난 교실에서 다 챙긴 가방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학원제가 가까워 오는 까닭일까, 교정에서 움직이는 학생들의 모습이 분주해 보인다.
나는 조용히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를 향해 다가가, 구석으로 걷혀 있는 커텐에 등을 기댔다.
창가에 몸을 기대자 밖에서 누군가가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츠타코양. 그거 알고 있어?”

“그거라니?”

“마리아님의 모습을 한 암살자에 관한 소문 말이야. 교정에 세워진 마리아상과 꼭 닮은 모습을 한 암살자가, 사람이 가장 아름다운 때에 그 모습 그대로 죽여준다는 이야기.”

“헤에, 그런 소문이 있었구나.”

“츠타코양은 의외로 이런 소식엔 약하네.”

“확실히, 난 아름다운 청춘을 사진으로 보존하는 일 이외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걸.”

“그런 점에선 닮아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츠타코양과 소문의 암살자.”

“그거 너무하네. 난 그렇게 야만적인 짓은 하지 않는다구.”

“농담이야. 아무튼, 그 암살자 말인데. 최근 거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살인 사건의 범인은 그 암살자가 아닌가 하는 소문이 돌고 있어.”

“설마. 마리아님의 모습을 한 암살자라니, 그런 게 실제로 있을 리 없잖아.”

“그건 그렇네. 언니라면 관심을 가졌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말을 끝으로, 다른 곳으로 걸어간 것인지 두 사람의 목소리는 멀어져 갔다.
거리에서 일어나는 연쇄 살인사건.
현재 리리안 주변의 마을에서는 원인 불명의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피해자는 모두 10대에서 20대 사이의 젊은 여성. 피해자 사이의 공통점이 전혀 없다는 사실마저, 1년 전의 사건과 닮아 있었다.
그래서 그 사건에 관한 뉴스를 보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이고 만다.

“우읍……”

갑자기 현기증과 구토감이 몰려와, 나는 입을 손으로 감싼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1년 전의 그 사건. 언니가 내 곁에서 없어지는 계기가 된 사건.
이제 언니가 돌아왔으니까 다 괜찮을 텐데. 어째서 이렇게 기분이 나빠지는 걸까.

“레이카?!”

교실 입구 쪽에서 가방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한 소녀가 눈을 크게 뜬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후유……?”

미후유는 황급히 내 쪽으로 달려와 나를 부축해 주며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괜찮아? 양호실까지 데려다 줄게.”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필요 없어. 잠시 기분이 안 좋아진 것뿐이니까.”

“정말?”

미후유가 미심쩍은 듯이 바라보자 나는 그녀의 어깨에서 손을 떼고 혼자 서 보이며 말했다.

“응. 보시다시피 멀쩡하다니까.”

“그래…? 그렇다면 괜찮지만…”

멍하니 서 있는 미후유를 뒤로 하고, 나는 내 자리로 돌아가 가방을 손에 들었다.

“나, 이제 돌아갈게. 미후유도 조심해서 돌아가.”

그렇게 말하고 교실 문을 나서려하자 발소리 하나가 내 뒤를 따라왔다.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자, 미후유는 교실 문 앞에 떨어져 있던 자신의 가방을 주우며 미소지었다.

“같이 돌아가자.”

“응? 난 상관없지만, 바쁘지 않아?”

“아냐, 나도 막 돌아가려던 참인걸. 교문까지 만이라도 같이 가자.”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복도로 나섰다.
그러자 키가 매우 작은 편인 미후유가 종종걸음으로 따라와 내 옆에 서서 걸었다.
인기척이 없는 복도에는 두 사람의 발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있지, 미후유는 말야.”

내가 갑자기 말을 꺼내자, 미후유는 ‘응?’ 하며 내 쪽을 돌아보았다.

“어째서 나 같은 녀석하고 친하게 지내는 거야? 나도 다들 날 피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 그런데 미후유는 어째서, 그렇게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거야?”

미후유는 ‘글쎄,’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말했다.

“아마 그건, 레이카가 보고 있기에 조마조마하기 때문이 아닐까?”

“조마조마?”

“그래. 스스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지만, 실은 굉장히 부서지기 쉬운 타입이야. 레이카는. 가만히 내버려 두면 깨어져 버릴 것 같아. 그 때문 일거야.”

나는 미후유의 말을 곱씹으며 중얼거렸다.

“……부서지기 쉬운 타입.”

미후유는 빙긋 미소 지으며 손을 저었다.

“아냐, 별거 아니니까 그렇게 신경 쓰지 마.”

그리고 교문 앞에 도착할 때 까지는, 학원제라던지, 부활동에 관한 얘기를 하며 걸었다.
교문 앞에 도착하자 미후유는 내 앞으로 와서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난 여기서 이쪽. 레이카는 저쪽이지?”

“응.”

“그럼 안녕, 내일 봐.”

“그래. 조심해서 들어가.”

나는 같이 인사를 나누며 손을 흔들어 주고, 미후유가 돌아서서 걷는 것을 보며 반대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우리 집은 리리안에서 동쪽으로 약간 걸어가면 나오는 작은 언덕길의 정상에 있다.
언덕 아래에는 조그마한 상점가들이 있지만, 언덕 위로는 드문드문 있는 주택들이 전부이기 때문에, 도심지 근처 치고는 굉장히 사람이 없는 곳이다.
그리고 그 언덕의 중턱쯤에, 언제나 언니와 만나는 공원이 있다.
크기는 작지만 분수대도, 놀이터도, 갖출 것은 다 갖춘 아담한 공원이다.
어릴 때부터 그 공원은 자주 들르는 편이었고, 나름대로 애착도 가지고 있었다.
최근에는 재개발이니 뭐니 해서 철거한다는 말이 나돌고 있어서 더욱 그랬다.
언제나처럼 평화로운 언덕길을 올라가며 나는 묘한 위화감에 휩싸였다.

“왜 이렇게 소란스러운 거지……”

그러고 보니 아까도 언덕 아래에서 경찰차가 서 있는 것을 본 기억이 났다.
갑작스럽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잰걸음으로 걸어가 공원이 있는 골목을 돌았다.

“에… 이건…”

공원에는 경찰이 쳐놓은 출입금지 테이프가 길게 둘러져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는 근처 주민들이 몰려서 공원 주위를 둘러싸고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공원, 특히 놀이터가 어질러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언니는… 언니는 여기서 기다리고 계실 텐데…”

내가 애타는 기분으로 공원을 바라보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가 내 등을 쳤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비명을 지를 뻔하다가 겨우 진정하고 그제서야 나를 부른 사람을 바라보았다.

“에, 로사 페티다…?”

by 아둥아둥 | 2004/07/19 17:30 | 創作皆房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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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에테메난키 at 2004/07/20 12:18
자네가 쓴겐가'ㅅ')?
Commented by 에우리드改 at 2004/08/15 11:19
마록이 쓴거 맞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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